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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지식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공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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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님의 글 (19)

컬럼/에세이

수업 끝나고 답장을 모아 보냈어요

지난주 수요일 3교시 미술 준비를 하다가 휴대폰 화면이 켜졌는데, 한 학부모님이 준비물과 하교 시간에 관해 문자를 보내신 참이었어요. 물감과 도화지를 나눠 줘야 해서 바로 답할 수는 없는데, 교탁을 오가며 화면을 세 번쯤 봤어요. 읽지 않아도 내용은 이미 머릿속에 들어와 있더라고요. 전에는 알림이 오면 쉬는 시간마다 바로 확인했어요. 짧게 답하면 된다고 생...

2026-11-02 15:39 17 1 0
#학부모 #초등학교 #일상
컬럼/에세이

퇴근길에 민지를 만났어요

금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보고 몸을 돌리다가 민지와 눈이 마주쳤어요. 민지는 어깨를 조금 들썩일 만큼 놀라더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작게 말했어요. 빈자리는 민지와 어머니의 맞은편이었고, 모른 척 다른 칸으로 가기도 이상해서 그대로 앉았어요. 교실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먼저 다가와 연필 이야기까지 늘어놓는 아이인데, 어머니...

2026-10-30 14:49 42 2 5
#초등학교 #저학년 #일상
컬럼/에세이

엄마가 싸 준 반찬통을 열었다

“이것만 가져가. 많이 안 넣었어.” 토요일 오후, 춘천 집에서 나오려는데 엄마가 냉장고 문을 열고 반찬통을 하나씩 꺼냈어요. 멸치볶음, 깻잎장아찌, 무생채가 식탁 위에 나란히 놓였습니다. 저는 집에도 먹을 게 있다고 세 번쯤 말했는데, 엄마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작은 통을 찾느라 서랍을 뒤졌어요. 멸치볶음은 정말 조금만 담아 달라고 했어요. 혼자 먹으면...

2026-10-25 15:50 91 1 1
#일상 #고양이
컬럼/에세이

돌봄교실 앞에서 들은 말

“나는 또 남아야 해.” 어제 목요일 하교 뒤, 돌봄교실 앞에서 가방을 멘 민지가 말했어요. 영어학원 차를 기다리던 준호는 곧바로 “나는 영어 하고 태권도도 가”라고 받아쳤고, 두 아이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어요. 처음에는 둘 다 바쁜 일정이 싫다는 뜻으로 들려서 “각자 힘든 게 있지”라고 했어요. 그런데 민지가 입을 다물고 가방 끈만 만지더라고요(복도에...

2026-10-23 09:19 98 3 2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컬럼/에세이

종 치기 전 종이컵을 치웠다

“이거 누가 먼저 썼어요?” 지난주 목요일 2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물통 쪽에서 목소리가 커졌어요. 서너 명이 한꺼번에 손을 뻗다가 종이컵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고, 서로 자기 컵은 아니라고 했어요. 저는 일단 컵을 주워 버렸어요. 다음 수업 자료를 꺼내는데도 물을 마신 아이들이 좀처럼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제 앉자”를 두 번 말하고 나니 ...

2026-10-21 09:34 100 1 3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컬럼/에세이

두 아이를 창가에 앉힌 뒤

“내 색종이 망가졌어요.” 월요일 2교시 쉬는 시간, 한 아이가 구겨진 색종이를 들고 울었고, 옆에 있던 아이는 “제가 먼저 민 거 아니에요”라고 곧바로 말했고요. 둘 다 자기 억울함부터 꺼내서 창가 쪽 작은 책상 양끝에 따로 앉혔어요. 처음에는 누가 먼저 그랬는지 묻지 않았어요. 물을 한 모금씩 마시게 하고, 울음이 조금 잦아든 아이부터 “내가 본 일을...

2026-10-19 14:38 109 1 2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Q&A

마트 안을 두 번 돌고 나왔다

두부 코너 앞에서 한참 서 있었어요. 어제 6시가 조금 넘어 집 근처 마트에 들렀는데, 배는 고픈데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었어요. 두부 코너에서 반찬 코너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또 같은 길을 걸었어요. 카트를 끌 것도 없어서 장바구니만 손에 들고요. 점심때 김 선생이 “오늘 저녁은 뭐 드세요?” 하고 물었던 게 떠올랐어요. 저는 “혼자 먹을 건데요,...

2026-10-16 09:20 113 3 3
#일상 #고양이
컬럼/에세이

문방구 셔터에 붙은 종이

“그럼 여기 없어져요?” 화요일 오후, 하교 지도를 마치고 정문 앞을 지나는데 한 아이가 가게 한쪽 셔터를 가리켰어요. 문방구 앞에 모여 연필깎이와 지우개를 구경하던 아이들이 저보다 먼저 종이를 발견한 거예요. 흰 종이에는 이달 말까지만 영업한다는 문장이 검은 글씨로 적혀 있었어요. 저는 다음 달에도 문구점은 다른 곳에 있다고 대답했어요. 조금 걸어가면 ...

2026-10-13 15:38 110 0 0
#초등학교 #저학년 #일상
컬럼/에세이

학기 첫날 자리를 너무 멀리 뒀다

지난 3월 첫째 주 월요일 아침, 두 아이의 책상 사이를 교실 끝과 끝만큼 벌려 놓았어요. 둘이 붙어 있으면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한 아이는 창가에, 다른 아이는 복도 쪽에 앉혔지요. 조용한 첫 교시를 기대했는데 둘 다 자꾸 고개를 돌렸어요. 제가 이름을 부르면 얼른 칠판을 봤다가 잠시 뒤 다시 친구 자리를 확인했고요. 준비물을 꺼낼...

2026-10-11 09:41 106 2 1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컬럼/에세이

받아쓰기 공책을 반으로 접은 날

수요일 1교시, 받아쓰기 10급을 연습하던 아이가 공책의 빈칸을 오래 바라봤어요.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열 문장을 쓰게 했더니 두세 글자 뒤부터 연필은 자꾸 멈췄고, 지우개 가루만 늘어났어요. 기다리면 다시 쓰겠지 싶었는데 표정까지 굳는 걸 보고서야 공책을 잠깐 가져왔어요. 보이는 문장을 줄였어요 공책을 반으로 접어 오늘 쓸 세 문장만 보이게 했어요. ...

2026-10-09 09:21 92 2 2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컬럼/에세이

아침마다 책 한 권을 펴는 이유

“선생님, 아직 가방도 안 열었어요.” 오늘 목요일 아침 자습 시간, 아이들이 자리에 앉기 전에 그림책을 펼쳤다가 첫 몇 쪽을 거의 소란 속에서 넘겼어요. 의자 끄는 소리와 지퍼 여는 소리 사이로 제 목소리도 자꾸 끊겼고요. 책을 읽는다기보다 교실 소리에 문장을 얹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7월 첫째 주부터 아침 자습 10분에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도 비슷했어...

2026-10-08 15:16 77 2 4
#초등학교 #저학년 #그림책
아이디어 노트

화분 앞에 물통이 늘어선 아침

물을 주고 싶은 마음 “선생님, 이 잎 만져 봐도 돼요?” 화요일 1교시 전, 서준이가 창가의 스킨답서스를 살피더니 다른 아이들도 자기 물통을 들고 모였어요. 어제 방과 후에 놓아둔 작은 화분이었는데, 금세 줄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한 모금씩만 주면 괜찮겠다 싶었어요. 쉬는 시간이 두 번 지나고 보니 누가 얼마나 줬는지 알 수 없었고, 화분받침에는 물이 고...

2026-10-06 14:33 111 2 0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아이디어 노트

줄넘기 줄을 잠깐 내려놓게 한 날

“또 걸릴 것 같아요.” 지난주 목요일 4교시, 민준이가 운동장에서 줄을 한 번 밟더니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어요. 줄넘기 검사를 앞두고 한 명씩 나와 30초 동안 넘은 횟수를 적고 있던 때였어요. 자기 차례가 아닌 아이들도 줄을 손에 돌돌 감은 채 앞만 보고 있었고요. 종이를 먼저 접었어요 민준이 말을 듣고 횟수를 적던 종이를 잠시 접었어요. 줄을 ...

2026-10-04 15:23 73 3 4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컬럼/에세이

서랍 맨 뒤에서 나온 종이별

“분명히 여기에 풀을 넣어 뒀는데.” 금요일 2교시 쉬는 시간, 교탁 아래 서랍을 반쯤 빼 놓고 색연필 통과 자를 하나씩 꺼냈어요. 풀은 안 보이고 뚜껑만 두 개 나왔고요 (도대체 짝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서랍 맨 뒤에 납작하게 끼어 있던 작은 봉투 하나가 손끝에 걸렸어요. 봉투 안에는 지난해 우리 반 아이가 접어 준 종이별 편지가 들어 있...

2026-10-02 14:13 99 0 0
#초등학교 #교실 #일상
아이디어 노트

달력을 한 장 넘기지 못했다

창문부터 열었어요. 8월 셋째 주 금요일 오후 두 시쯤, 아무도 없는 3학년 교실은 바깥 소리만 크게 들어왔어요. 방학 마지막 금요일이라 2학기 시간표를 붙이고 이름표 몇 장을 다시 뽑으러 잠깐 나온 날이었어요. 교탁 위에는 방학 전에 놓아둔 가위와 풀도 그대로였는데, 제 교실 같지 않았어요. 시간표는 칠판 옆에 대 보았다가 조금 기울어서 다시 뗐어요. ...

2026-09-28 15:49 101 1 0
#초등학교 #교실 #일상
컬럼/에세이

알림장 사진을 지운 아침

“선생님, 준비물이 색종이인가요, 색연필인가요?” 화요일 저녁, 칠판 알림장을 찍어 학급 안내에 올린 지 얼마 안 돼 학부모님 한 분이 물으셨어요. 올릴 때는 제법 잘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확대하니 글자 끝이 흐렸고, 아이들이 그려 둔 작은 그림과 자석에 가린 부분도 있었어요. “확인해서 다시 말씀드릴게요”라고 답한 뒤 같은 내용을 찾느라 저도 잠깐 ...

2026-09-25 09:21 88 2 2
#초등학교 #학부모 #교실
컬럼/에세이

떡볶이 국물에 남은 말

“떡볶이 먹고 갈래요?” 지난주 목요일, 종례가 끝나고 교실 바닥의 색종이 조각을 줍고 있는데 김 선생이 문 앞에서 물었어요. 둘 다 가방을 멘 채 학교 근처 분식집까지 걸어갔고, 창가의 두 사람 자리에 나란히 앉았어요. 떡볶이와 튀김(김말이와 오징어)을 시켜 놓으니 그제야 퇴근한 것 같았어요. 휴대전화에는 오후에 온 학부모 메시지가 남아 있었어요. 아이...

2026-09-22 09:19 91 1 0
#일상 #학부모
컬럼/에세이

금요일인데 월요일을 생각했다

어제 종례가 끝난 뒤, 교실 바닥에 의자 끄는 소리만 잠깐 남았어요. 아이들이 놓고 간 공책 몇 권을 교탁 위에 가지런히 쌓고 알림장을 적으려는데 칠판 한쪽의 받아쓰기 날짜가 눈에 들어왔고, 아직 금요일 오후인데 다음 주가 갑자기 바로 앞까지 온 것 같았어요. 지우개를 들었어요. 날짜는 그대로 두었어요. 알림장에는 준비물부터 쓰면 되는데 월요일 1교시 장...

2026-09-19 09:34 85 4 4
#초등학교 #교실 #일상
컬럼/에세이

그림책 서점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동네 그림책 서점 문을 밀고 들어가니 작은 의자 하나가 비어 있었어요. 조카에게 줄 책 한 권만 고를 생각이었는데, 가방을 내려놓을까 하다가 그냥 멘 채로 책장 앞에 섰어요. 처음 꺼낸 건 짙은 파란색 표지였고, 그다음은 주황색 고양이가 그려진 책이었어요. 몇 권만 훑어볼 참이었는데 시계를 다시 봤을 때는 두 시간 가까이 지나 있었고요....

2026-09-18 09:15 72 4 5
#그림책 #일상
페다고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