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다고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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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에세이

아무것도 안 한 토요일

지난 토요일 오후, 거실 시계만 자꾸 봤어요. 소파에 앉은 건 점심 전이었고, 잠깐 쉬려던 참이었어요. 아침에는 평소처럼 하천을 뛰어 5km를 채우고 돌아와 바로 샤워했어요. 수건까지 널 때는 하루가 길 줄 알았어요. 수행평가 기록을 정리해야 했고 다음 주 수업 자료도 봐야 했는데, 노트북은 충전선만 꽂힌 채 식탁 위에 그대로 있었어요. 휴대폰을 ...

김김민준 2026-09-24 2분 읽기 108 3 3
아이디어 노트

5월의 뒷자리

근현대사 문제집 214쪽을 넘기다가 손이 멈췄다. 형광펜 뚜껑은 또 독서실 책상 밑으로 굴러갔다. 5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였다. 정 선생님 수업이 끝난 뒤, 맨 뒷자리 애가 내가 들고 있던 역사책 제목을 물었다. 수업 내내 창밖만 보던 애였다. 이건 시험용이라 재미없을 텐데, 했더니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 빌려달라는 말이 작아서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

최최우진 2026-09-24 1분 읽기 73 2 6
컬럼/에세이

실수 보고부터 막았다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지난주 나이트 인계 직전, 병동 스테이션에서 세 번째 신규가 그렇게 말하고 멈췄어요. 손에는 확인표가 있었고, 빠진 칸 하나를 손가락으로 짚고 있었어요. 주변은 인계 준비로 바빴고 저는 시계를 먼저 봤어요. 제가 바로 한 말은 “왜 지금 알았어요?”였어요. 이미 얼굴이 굳어 있던 신규는 그 뒤로 더 짧게만 대답했어요. 무엇이 빠졌...

강강하은 2026-09-24 3분 읽기 101 2 1
아이디어 노트

종이신문을 접는 손이 남아 있을까요

점심을 먹고 회사 휴게실에 앉아 경제면을 반으로 접었습니다. 종이가 바스락거리자 옆에 있던 막내 사원이 휴대전화를 내밀었습니다. 제가 찾던 기사가 화면에 벌써 떠 있었습니다. “팀장님, 이 기사 보시는 것 아닙니까?”라고 했습니다. 신문을 회사로 가져온 지는 오래됐습니다. 예전에는 첫 면부터 뒤까지 훑었는데, 요즘은 펼쳐 놓고도 끝까지 읽는 날이 드뭅니다...

윤윤도현 2026-09-23 2분 읽기 86 2 1
컬럼/에세이

천천히 넘긴 쪽

수요일 낮 열두 시 사십 분쯤, 다음 수업까지 조금 남은 연구실에서 학생의 독후감 한 장을 펼쳤습니다. 종이가 얇아 뒷면의 글씨가 희미하게 비쳤고, 점심 뒤에 마시던 물컵은 책상 한쪽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짧은 글이라 금세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같은 문장을 세 번 되읽었습니다.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학생이 그 대목에 자를 대지 않고 그은 밑줄, ...

정정수빈 2026-09-23 2분 읽기 83 1 2
컬럼/에세이

시험 전날에 하는 말

문제집을 잠깐 덮어 보자고 했어요. 지난 화요일 아침 자습 시간이었어요. 평소보다 조용한 2학년 교실이었어요. 아이들은 틀린 문제만 다시 붙잡고 있었고요. 첫 지필평가를 앞둔 날이라 “잘 봐”라는 말부터 나올 뻔했어요. 입 안에서 한 번 멈췄어요. 그 말은 응원은 되지만, 시험지를 받은 뒤 할 일을 알려 주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첫 장을 받으면 이름부터 ...

김김민준 2026-09-23 2분 읽기 103 1 0
아이디어 노트

셋이던 자리

“이번 주까지만 나올게.” 월요일 저녁, 학교 근처 독서실 휴게실에서 H가 말했다. 진도를 자꾸 못 맞추는 게 미안하다고 했다. 손에 든 종이컵 테두리만 눌렀다 폈다 했다. 괜찮다고 했다. 셋이 돌려 보던 기출 출력물은 갑자기 누구한테 먼저 줘야 하는지 애매해졌다. 별거 아닌데 그게 제일 먼저 생각났다. 다음 주부터 둘이 범위를 어떻게 나눌지 얘기했다....

최최우진 2026-09-22 1분 읽기 77 2 2
컬럼/에세이

떡볶이 국물에 남은 말

“떡볶이 먹고 갈래요?” 지난주 목요일, 종례가 끝나고 교실 바닥의 색종이 조각을 줍고 있는데 김 선생이 문 앞에서 물었어요. 둘 다 가방을 멘 채 학교 근처 분식집까지 걸어갔고, 창가의 두 사람 자리에 나란히 앉았어요. 떡볶이와 튀김(김말이와 오징어)을 시켜 놓으니 그제야 퇴근한 것 같았어요. 휴대전화에는 오후에 온 학부모 메시지가 남아 있었어요. 아이...

이이서연 2026-09-22 2분 읽기 91 1 0
컬럼/에세이

학습 프로젝트의 끝점

“마지막 커밋이 언제죠.” 지난 목요일 저녁, 판교 사무실 스터디가 끝난 뒤 K님과 각자 학습용 저장소를 열었습니다. 둘 다 한 달 전이었습니다. 날짜가 나란히 찍혀 있어서 조금 웃었습니다. 끝나지 않는 할 일 K님 저장소에는 인증, 알림, 관리자 화면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 README도 비슷했습니다. 실제 서비스처럼 만들겠다는 문장만 길고, 실행되는...

박박지훈 2026-09-21 2분 읽기 72 1 1
컬럼/에세이

중2 아들의 게임을 막는 일을 멈췄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여덟 시쯤, 인천 집 거실에서 중2 아들의 게임 화면과 벽시계를 번갈아 보았는데, 약속한 시간이 지났다고 말하자 아들은 한 판만 더 하면 된다고 했고, 저는 그 한 판이 도대체 몇 분이냐고 따졌습니다.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회사 영업팀에서 하듯 시간을 정해 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일에는 몇 시까지, 주말에는 몇 시간...

윤윤도현 2026-09-21 2분 읽기 81 2 2
아이디어 노트

문제 읽는 시간을 남기는 법

지난 수요일 5교시, 교실 뒤에 의자를 놓고 앉았어요. 박 선생님 2학년 수학 수업을 참관하던 때였는데, 점심 뒤라 저도 눈이 조금 무거웠어요. 첫 문제가 화면에 떴는데 바로 풀지 않았어요. 박 선생님은 조건에 밑줄만 치게 했고, 설명도 힌트도 없이 스무 초쯤 기다리더라고요. 그 짧은 침묵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어요. 아이들이 손을 들기 전에는 짝과 표시를...

김김민준 2026-09-20 2분 읽기 99 3 3
Q&A

셔틀버스의 사십 분

지난 금요일, 판교를 빠져나온 퇴근 셔틀에서 저장만 해 둔 온라인 강의 목록을 다시 열었습니다. 분당 쪽까지 사십 분. 출근길에는 회사 메신저와 오늘 할 일을 보는데, 퇴근길에는 이상하게 강의 플랫폼이나 읽기 목록부터 누릅니다. 그날도 백엔드 강의 하나의 목차를 훑었습니다. 재생은 안 했습니다. 대신 온보딩 문서에 달아야 할 댓글이 떠올라 메모장에 두 줄 ...

박박지훈 2026-09-20 1분 읽기 85 0 0
컬럼/에세이

지우지 않은 선

토요일 점심 무렵, 애월 작업실 책상에서 김 선생님의 인물 드로잉을 열었어요. 3기 피드백 창 옆에는 식은 커피가 있었고, 손은 자꾸 태블릿 펜으로 갔어요. 눈 위치에 비해 턱이 조금 길어 보였거든요. 예전 같으면 새 레이어를 만들었을 거예요. 눈썹과 코끝, 턱 아래에 가로선을 긋고 제가 맞다고 생각한 턱선을 진한 색으로 얹었겠지요. 빠르고 친절해 보이는...

한한지우 2026-09-19 2분 읽기 122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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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인데 월요일을 생각했다

어제 종례가 끝난 뒤, 교실 바닥에 의자 끄는 소리만 잠깐 남았어요. 아이들이 놓고 간 공책 몇 권을 교탁 위에 가지런히 쌓고 알림장을 적으려는데 칠판 한쪽의 받아쓰기 날짜가 눈에 들어왔고, 아직 금요일 오후인데 다음 주가 갑자기 바로 앞까지 온 것 같았어요. 지우개를 들었어요. 날짜는 그대로 두었어요. 알림장에는 준비물부터 쓰면 되는데 월요일 1교시 장...

이이서연 2026-09-19 2분 읽기 85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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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기록의 자리

지난 화요일 오후, 판교 사무실에서 신입 한 분이 배포 권한 오류를 잡고 있었습니다. 해결 뒤에는 과정을 팀 위키에 남겨 달라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장애나 큰 이슈만 적었습니다. 권한 설정, 로컬 환경 같은 삽질은 슬랙 대화로 끝남. 같은 질문이 세 번째 나온 날부터 온보딩 문서 끝에 칸을 하나 붙였습니다. 처음 막힌 지점 확인한 권한과 설정 아직 애매한...

박박지훈 2026-09-18 1분 읽기 97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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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서점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동네 그림책 서점 문을 밀고 들어가니 작은 의자 하나가 비어 있었어요. 조카에게 줄 책 한 권만 고를 생각이었는데, 가방을 내려놓을까 하다가 그냥 멘 채로 책장 앞에 섰어요. 처음 꺼낸 건 짙은 파란색 표지였고, 그다음은 주황색 고양이가 그려진 책이었어요. 몇 권만 훑어볼 참이었는데 시계를 다시 봤을 때는 두 시간 가까이 지나 있었고요....

이이서연 2026-09-18 2분 읽기 72 4 5
컬럼/에세이

과제의 순서

노트북 화면 맨 위에서 커서가 깜박이고 있었습니다. 2학기 둘째 주 화요일 오전, 대전의 대학 강의실에서 첫 과제를 설명하는데 몇몇 학생이 내용보다 제목 칸을 먼저 붙들고 있었습니다. 제목이 정해져야 쓸 수 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한 학생은 빈 문서에 두세 글자를 적었다가 지우기를 되풀이했습니다. 저는 제목을 비워 두어도 된다고 말한 뒤, 오늘 수업이 끝난...

정정수빈 2026-09-17 3분 읽기 108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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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

눈을 뜨고 휴대폰을 보니 목요일 새벽 3시 7분이었다. 알람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다시 눈을 감을수록 정신만 또렷해졌다. 책상 앞에 앉았다. 11월 시험 날짜, 이번 주 스터디 진도, 아직 덜 본 전공 각론이 순서도 없이 지나갔고, 작년 1차 점수까지 굳이 끼어들어서 이 시간에 내가 뭘 빼먹었는지 머릿속으로 세고 있었다. 세다가 어디까지 셌는지도 놓쳤다. ...

최최우진 2026-09-17 1분 읽기 91 1 0
컬럼/에세이

AI 리터러시는 코딩이 아닙니다 — 아이들에게 길러 줘야 할 세 가지 습관

AI 교육이라고 하면 프로그래밍부터 떠올리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AI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코드가 아니라 의심하는 습관, 확인하는 습관, 자기 말로 다시 쓰는 습관입니다.

yyoonsuk woo 2026-09-15 3분 읽기 68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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