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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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줄 앞에서
“첫 문장부터 안 써져요.” 지난주 목요일 오후, 수업이 끝난 빈 강의실에서 한 학생이 노트북 화면을 내밀었습니다. 서평 과제 파일에는 제목도 이름도 없었고 커서만 첫 줄에서 깜박였습니다. 평소라면 읽은 책의 주제부터 물었을 텐데, 그날은 방금 읽은 대목 가운데 손이 멈춘 곳 하나만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학생은 화면을 한참 보다가 짧게 대답하더군요. 주...
잠깐의 침묵
어제 월요일 오후, 한 학생의 초안을 강의실 화면에 띄우자 교실이 조용해졌습니다. 좋았던 문장부터 말해 보자고 넓게 물었지만 학생들은 화면과 공책을 번갈아 볼 뿐이었고, 발표자는 의자 안쪽으로 조금씩 몸을 접으며 제 얼굴을 살폈습니다. 기다린다고 생각하면서도 제 손은 자꾸 키보드 쪽으로 갔습니다. 첫 문단의 장면은 잘 보이는데 둘째 문단에서 설명이 길어진다...
함께 쓴 초안
지난주 화요일 오전, 대전의 대학 강의실에서 빔프로젝터로 과제 제출란을 띄워 둔 채 학생들에게 AI와 함께 만든 초안도 손보지 말고 그대로 내 보자고 말했습니다. 몇몇은 웃었고, 뒤쪽에서는 정말 그래도 되느냐는 표정으로 화면을 다시 보았습니다. AI를 썼는지 숨기고, 저는 문장의 결을 살피며 적발하려는 방식으로는 학생이 실제로 어디에서 멈추는지 알기 어렵다...
낭독의 시간
이번 주 수요일 오전, 학생들은 두 사람씩 마주 앉아 서로의 첫 문단을 낮은 목소리로 읽었습니다. 수업 시작 십여 분을 비워 두고, 화면에 올린 과제가 아니라 미리 출력해 온 종이를 펴게 했습니다. 과제를 받자마자 첨삭을 시작하면 문장이 모니터 안에서는 지나치게 매끈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조사도 맞고 문장부호도 제자리에 있는데,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오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