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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

태그: #수험생활

아이디어 노트

다리 위에서

지난주 금요일 아침, 사하구 집에서 평소보다 십 분 일찍 나왔다. 버스에 앉자마자 교육학 두 단원, 전공 서술형 세 문제, 인강 남은 사십 분을 속으로 셌다. 늦은 것도 아닌데 자꾸 시간을 당겨 썼다. 독서실 도착 전부터 이미 밀린 사람처럼. 낙동강 다리 중간쯤에서 버스가 잠깐 느려졌다. 강이나 보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창문에 펼쳐 둔 문제집이 먼저 겹쳤...

최최우진 2026-11-02 분 읽기 22 3 3
컬럼/에세이

D-60 메모

점심 먹고 독서실에 들어와 필기 노트를 펴는데, 접어 둔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8월 말에 만든 계획표였다. 목요일 칸 위에 D-60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지금은 시험까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종이 속 숫자는 아직 60이라서 잠깐 손이 멈췄다. 그날 적어 둔 한국사 회독 범위는 반쯤 지워져 있었다. 교육학 인강 개수도 애매했다. 끝낸 것보...

최최우진 2026-10-29 분 읽기 50 1 1
컬럼/에세이

축하한다는 말

“말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나 붙었어.” 점심 무렵 학교 도서관 계단에 앉아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같이 임용 얘기하던 과 동기였다. 부산에 있는 교육 관련 출판사라고, 아직 좀 얼떨떨하다고 했다. 축하한다고 했다. 진짜 잘됐다고도 했다. 통화를 끊고 나니 내가 축하한다는 말을 몇번 했는지 그게 먼저 생각났다. 독서실에 가져갈 한국사 책들을 꺼냈다...

최최우진 2026-10-28 분 읽기 52 1 2
컬럼/에세이

두 시간의 저장창

침대 옆 충전기에서 패드를 뽑았다. 교육학 인강 켜기 전에 진짜 한 판만 하려고 했다. 목요일 점심 전이었고, 집 책상엔 노트도 펴놨다. 시작할 때만 해도 저장창 한 번 보면 끌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저장 화면이 뜰 때마다 이제 끄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음 구간 문이 열리는 장면이 너무 궁금했고, 장비 하나만 바꾸고 가자던 게 보스전까지 가고, 보스...

최최우진 2026-10-22 분 읽기 88 1 1
컬럼/에세이

불안을 적는 칸

화요일 아침 아홉 시 조금 넘어서 집 책상에 교육학 노트를 폈다. 독서실에 가져갈 것만 챙기려 했는데, 목차를 보는 순간 오늘 읽을 범위보다 11월 시험장이 먼저 떠올랐다. 가방은 아직 비어 있었다. 형광펜이 바닥에 굴러가서 주우려다가 불안하면 그냥 써 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게 생각났다. 빈 종이를 한 장 뽑았다. 시험장에서 교육학 답안 첫 문장이...

최최우진 2026-10-20 분 읽기 122 2 0
컬럼/에세이

기출 세 번째

지난주 화요일 밤, 학교 근처 독서실에서 한국사 기출을 세 번째 폈다. 옆자리 동기한테 몇 번 돌렸냐고 물었다. 바로 같은 질문이 돌아왔다. 세 번째인데 대답이 좀 늦었다. 세 번째인데 또 틀리는 번호가 보였다. 첫 회독은 답이랑 해설을 같이 넘겼고, 두 번째는 선지 옆에 왜 아닌지만 적었다. 많이 본 것 같은데 책을 덮으면 별로 안 남았다. 이번엔 하루 ...

최최우진 2026-10-14 분 읽기 110 1 3
Q&A

합격 다음 날

“시험 끝나면 뭐 할 건데.” 어제 저녁 식탁에서 엄마가 물었다. 여행 한번 가고 싶고, 밀린 게임도 며칠 하고 싶다고 했다. 거기까진 바로 나왔다. 근데 시험 끝난 날 말고 합격 발표 다음 날을 떠올려 보려니 말이 막혔다.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확인하고 자고 일어난 아침. 그 다음부터 나는 뭘 준비하지. 학교에 가면 어떤 얼굴로 교무실 문을 열지. ...

최최우진 2026-10-12 분 읽기 112 3 3
컬럼/에세이

밤 열 시의 빈칸

어젯밤 열 시가 조금 넘어서 스터디 단톡이 조용히 울렸다. 둘 다 먼저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학교 근처 독서실엔 나만 남은 것 같았다. 옆자리 의자는 비었는데 자꾸 누가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 형광펜을 든 채 한국사 기출 문제 번호만 한참 봤다. 아까 틀린 선지 하나가 맞힌 것들보다 더 크게 남았다. 복도 쪽 불까지 꺼지자 책상 조명만 동그랗게 남았...

최최우진 2026-10-07 분 읽기 83 2 2
컬럼/에세이

보온통의 김

뚜껑을 돌리니까 김이 아주 조금 올라왔다. 목요일 점심, 학교 근처 독서실 휴게실이었다. 아침에 현관에서 엄마가 보온통을 건넸다. 나는 이어폰 한쪽을 끼운 채 그냥 가방에 넣고 나왔다. 뭐 들었는지도 안 물어봤다. 점심때가 돼서야 생각났다. 전자레인지 앞 테이블에 통을 꺼냈다. 계란말이랑 멸치볶음이 칸마다 눌려 있었고, 밥은 뚜껑 가까이까지 차 있었다....

최최우진 2026-10-01 분 읽기 79 3 6
컬럼/에세이

여섯 시간 뒤에

지난 토요일 오전, 학교 근처 독서실에서 12시간 계획표를 폈다. 두 시쯤에는 한국사 기출 한 페이지를 세 번 읽고 있었다. 읽고 또 읽엇는데 남는 건 없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잡아 둔 날은 이상하게 저녁 공부보다 하루를 망쳤다는 기분이 먼저 왔다. 아직 시간은 많은데 이미 끝난 것 같고. 휴게실에서 김밥을 먹고 잠깐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서 뒤의 여섯 ...

최최우진 2026-09-27 분 읽기 98 3 3
아이디어 노트

셋이던 자리

“이번 주까지만 나올게.” 월요일 저녁, 학교 근처 독서실 휴게실에서 H가 말했다. 진도를 자꾸 못 맞추는 게 미안하다고 했다. 손에 든 종이컵 테두리만 눌렀다 폈다 했다. 괜찮다고 했다. 셋이 돌려 보던 기출 출력물은 갑자기 누구한테 먼저 줘야 하는지 애매해졌다. 별거 아닌데 그게 제일 먼저 생각났다. 다음 주부터 둘이 범위를 어떻게 나눌지 얘기했다....

최최우진 2026-09-22 분 읽기 77 2 2
컬럼/에세이

새벽 세 시

눈을 뜨고 휴대폰을 보니 목요일 새벽 3시 7분이었다. 알람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다시 눈을 감을수록 정신만 또렷해졌다. 책상 앞에 앉았다. 11월 시험 날짜, 이번 주 스터디 진도, 아직 덜 본 전공 각론이 순서도 없이 지나갔고, 작년 1차 점수까지 굳이 끼어들어서 이 시간에 내가 뭘 빼먹었는지 머릿속으로 세고 있었다. 세다가 어디까지 셌는지도 놓쳤다. ...

최최우진 2026-09-17 분 읽기 91 1 0
페다고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