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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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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끝나고 답장을 모아 보냈어요

지난주 수요일 3교시 미술 준비를 하다가 휴대폰 화면이 켜졌는데, 한 학부모님이 준비물과 하교 시간에 관해 문자를 보내신 참이었어요. 물감과 도화지를 나눠 줘야 해서 바로 답할 수는 없는데, 교탁을 오가며 화면을 세 번쯤 봤어요. 읽지 않아도 내용은 이미 머릿속에 들어와 있더라고요. 전에는 알림이 오면 쉬는 시간마다 바로 확인했어요. 짧게 답하면 된다고 생...

이이서연 2026-11-02 2 min read 17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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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싫다는 말 앞에서

지난주 수요일 6교시였어요. 윤 학생이 문제집을 덮고 책상만 봐서 왜 그러냐고 조용히 물었어요. 못 풀어서 싫은 건 아니라고 했어요. 문제를 펼치면 숨이 막히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쉬운 문제부터 해보자고 했어요. 난도를 낮추면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쉬운 문제도 답만 찾으려 했어요. 풀이를 쓰기보다 숫자를 대입했어요...

김김민준 2026-11-02 2 min read 1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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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의 공기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복도에서 지나가는 발소리와 멀리서 웃는 소리가 들어왔고, 의자를 끄는 소리는 그보다 가까이에서 자꾸 겹쳤습니다. 9월 첫째 주 월요일 오전, 첫 교양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기 전이었습니다. 아직 서로의 이름을 모르는 학생들은 휴대폰과 노트를 번갈아 내려다보았고, 나는 출석부를 펼쳐 놓은 채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맨 앞줄 가운데와...

정정수빈 2026-11-01 3 min read 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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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에 시키는 관찰

지난달 월요일 오전, 판교 사무실 작은 회의실에서 K님에게 고객용 계정을 건넸습니다. 첫 코드 수정은 아직 안 함. 대신 가입부터 주요 화면까지 직접 눌러 보자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로컬 실행부터 시켰습니다. 실행이 되면 작은 버그 티켓을 하나 맡겼습니다. 코드 한 줄은 고쳤는데, 그 화면을 누가 왜 쓰는지는 모르는 상태가 남았습니다. 다음 설명이 계속 처...

박박지훈 2026-11-01 2 min read 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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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이 더 바빴다

지난주 일요일, 눈을 떴다가 알람부터 껐어요. 나이트 이틀 뒤 휴무라 늦게 자도 되는 날이었거든요. 다시 눈을 감았고, 다음에 휴대폰을 보니 열한 시가 조금 넘었어요. 그때부터 누워 있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랑 약속한 것도 없고 오후에 갈 데도 없는데 그랬어요. 이불을 걷는 순간 쉬는 날이 아니라 밀린 일을 처리하는 날이 됐어요. 세탁기...

강강하은 2026-10-31 2 min read 32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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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끝의 자리

수요일 밤, 애월 작업실 모니터에 사과와 흰 접시가 떠 있었어요. 3기 수강생 한 분의 첫 정물 과제였어요. 커피는 이미 식었고, 답글창에는 “잘 그렸어요”라고 적혀 있었어요. 한참 보다가 그 문장을 지웠어요. 오래 본 선 어색한 선도 있었어요. 그런데 먼저 보인 건 접시 가장자리를 끝까지 따라간 눈이었어요. 사과의 붉은 면보다 접시의 타원이 더 조심스럽게...

한한지우 2026-10-30 2 min read 39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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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민지를 만났어요

금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보고 몸을 돌리다가 민지와 눈이 마주쳤어요. 민지는 어깨를 조금 들썩일 만큼 놀라더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작게 말했어요. 빈자리는 민지와 어머니의 맞은편이었고, 모른 척 다른 칸으로 가기도 이상해서 그대로 앉았어요. 교실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먼저 다가와 연필 이야기까지 늘어놓는 아이인데, 어머니...

이이서연 2026-10-30 2 min read 42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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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교육을 끝까지 듣는 작은 방법

지난 화요일 점심시간이 지나고, 남동공단 회사 제 자리에서 밀린 온라인 교육의 마지막 차시를 틀었는데, 모니터 한쪽에는 강의 창, 다른 쪽에는 견적서와 메일이 떠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강사 목소리를 배경처럼 켜 두고 거래처 답장을 쓰느라, 끝난 차시는 거의 없었습니다. 집중력이 모자란가 싶어 퇴근 뒤에도 들어 봤습니다. 피곤한 날에는 재생 표시만 길게...

윤윤도현 2026-10-29 2 min read 6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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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 메모

점심 먹고 독서실에 들어와 필기 노트를 펴는데, 접어 둔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8월 말에 만든 계획표였다. 목요일 칸 위에 D-60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지금은 시험까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종이 속 숫자는 아직 60이라서 잠깐 손이 멈췄다. 그날 적어 둔 한국사 회독 범위는 반쯤 지워져 있었다. 교육학 인강 개수도 애매했다. 끝낸 것보...

최최우진 2026-10-29 2 min read 5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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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는 말

“말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나 붙었어.” 점심 무렵 학교 도서관 계단에 앉아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같이 임용 얘기하던 과 동기였다. 부산에 있는 교육 관련 출판사라고, 아직 좀 얼떨떨하다고 했다. 축하한다고 했다. 진짜 잘됐다고도 했다. 통화를 끊고 나니 내가 축하한다는 말을 몇번 했는지 그게 먼저 생각났다. 독서실에 가져갈 한국사 책들을 꺼냈다...

최최우진 2026-10-28 2 min read 52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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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 둔 문장

지난주 금요일 늦은 오후, 연구실 책상에서 2분반 김 학생의 수정 원고를 넘겼습니다. 과제 마감 뒤의 첨삭이라 눈이 쉽게 흐려졌고, 같은 문장을 읽고 또 읽어도 뜻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원고에는 단어를 바꾸고, 문단을 옮기고, 다시 처음 표현으로 돌아간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빨간 펜 뚜껑은 자꾸 책상 아래로 굴러갔습니다. 한쪽 여백에서 작은 글씨를 ...

정정수빈 2026-10-28 2 min read 64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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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아홉 시 이후

월요일 밤 9시 15분, 딸이 잠든 방 문을 손잡이까지 잡고 닫았습니다. 거실에는 블록 네 개가 떨어져 있었고 식탁에는 반쯤 남은 물컵이 있었습니다. 노트북부터 열 생각이었는데, 발로 블록을 밟을 것 같아 먼저 주웠습니다. 물컵도 싱크대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미뤄 둔 개인 메모를 열었습니다. 제목을 적으려는데 소파 옆에 어린이집 가방이 보였습니다. 월요일...

박박지훈 2026-10-28 2 min read 68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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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이 멈추던 세 순간

“누가 적을래?”라는 말만 돌았어요. 지난주 금요일 3교시, 2학년 교실에 닮음 조건 카드를 펼쳤죠. 시작부터 멈춘 모둠 카드와 활동지를 한꺼번에 줬고 바로 손이 움직일 줄 알았죠. 근데 이게 역할 정하기부터 길어지더라고요. 기록자를 고르는 동안 문제는 그대로였고 아무도 첫 문장을 읽지 않았죠. 제가 설명을 덜 했나 싶어 잠깐 서성였어요. 발표자와 ...

김김민준 2026-10-27 2 min read 77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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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칸

파란 칸 열두 개가 화면에 길게 누워 있었어요. 지난주 화요일 밤, 애월 작업실에서 3기 수강생들의 4주차 과제를 넘겨보다가 커리큘럼 표를 다시 열었어요. 처음에는 기초 선부터 완성작까지 천천히 데려가고 싶어서 12주를 꼭꼭 채웠거든요. 빈칸이 있으면 덜 가르치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중간부터 과제를 밀린 화면이 자꾸 남았어요. 피드백을 길게 쓸수록 ...

한한지우 2026-10-27 2 min read 65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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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째 같은 시간에 여는 문

지난 목요일 아침 7시 40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회사 현관으로 걸어갔습니다. 공장 쪽은 아직 불이 덜 켜져 있었고, 오래 잡아 온 철문 손잡이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는데 문을 당기는 순간 스무 해 전 처음 출근하던 날의 낯선 냄새가 잠깐 떠올랐습니다. 기름 냄새였는지 새 작업복 냄새였는지는 이제 확실하지 않습니다. 입사 첫날에는 영업이 무엇인지도 잘...

윤윤도현 2026-10-26 2 min read 77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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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종이 냄새

토요일 오전이었어요. 현관문을 열자 납작한 상자가 발끝에 닿았어요. 서울 출판사 이름이 찍힌 송장을 보고도 한참동안 들지 못했고요. 최근 외주 원고가 또 왔나 싶어 주말까지 모른 척할까, 잠깐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테이프를 길게 뜯으니 봄에 그린 그림이 실린 동화책이 나왔어요. 편집자님의 짧은 메모도 한 장. 견본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서야 어깨가 풀렸어요...

한한지우 2026-10-26 2 min read 78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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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싸 준 반찬통을 열었다

“이것만 가져가. 많이 안 넣었어.” 토요일 오후, 춘천 집에서 나오려는데 엄마가 냉장고 문을 열고 반찬통을 하나씩 꺼냈어요. 멸치볶음, 깻잎장아찌, 무생채가 식탁 위에 나란히 놓였습니다. 저는 집에도 먹을 게 있다고 세 번쯤 말했는데, 엄마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작은 통을 찾느라 서랍을 뒤졌어요. 멸치볶음은 정말 조금만 담아 달라고 했어요. 혼자 먹으면...

이이서연 2026-10-25 3 min read 9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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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사진을 남기기 시작한 이유

지난달 목요일 5교시였어요. 2학년 교실에서 결석했던 학생에게 전날 풀이를 다시 설명했는데, 제 공책에는 답만 남아 있어서 칠판에 식을 처음부터 다시 썼어요. 그날부터 지우기 직전 칠판 전체를 한 장씩 찍었어요. 학급 게시판에 올리면 빠진 학생도 따라올 수 있겠다 싶었는데, 며칠 뒤 한 학생이 식이 너무 작고 창문 빛도 비친다고 했어요. 사진을 확대해 ...

김김민준 2026-10-25 2 min read 95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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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친 창들

목요일 밤, 화면에 열린 창이 자꾸 하나처럼 보였어요. 애월 집 작업실에서 외주 시안 파일을 닫았다가 3기 과제 창을 열고, 다시 시안으로 돌아왔어요. 같은 회청색을 두 번 골랐고 두 번 다 틀렸어요. 오후부터 외주 수정이 들어왔어요. 미뤄 둔 과제 피드백도 그날까지 보내야 한다는 걸 뒤늦게 다시 봤고요. 식은 커피 위로 모니터의 푸른빛이 얇게 떠 있었어...

한한지우 2026-10-24 2 min read 87 1 2
Column/Essay

명절 표를 먼저 봤다

지난주 금요일 이브닝 끝무렵, 인계 준비로 스테이션이 어수선한데 게시판 쪽만 이상하게 사람이 계속 바뀌었어요. 다음 달 명절 근무표가 붙은 거였어요. 다들 대놓고 몰려가진 않고, 지나가는 척 한 번씩 멈췄어요. 저도 펜 내려놓고 갔는데 제 이름보다 세 번째 신규 이름부터 찾았어요. 찾고 나서 조금 웃겼어요. 예전에는 새 표만 붙으면 내 오프가 며칠인지, ...

강강하은 2026-10-23 2 min read 11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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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교실 앞에서 들은 말

“나는 또 남아야 해.” 어제 목요일 하교 뒤, 돌봄교실 앞에서 가방을 멘 민지가 말했어요. 영어학원 차를 기다리던 준호는 곧바로 “나는 영어 하고 태권도도 가”라고 받아쳤고, 두 아이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어요. 처음에는 둘 다 바쁜 일정이 싫다는 뜻으로 들려서 “각자 힘든 게 있지”라고 했어요. 그런데 민지가 입을 다물고 가방 끈만 만지더라고요(복도에...

이이서연 2026-10-23 2 min read 98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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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의 저장창

침대 옆 충전기에서 패드를 뽑았다. 교육학 인강 켜기 전에 진짜 한 판만 하려고 했다. 목요일 점심 전이었고, 집 책상엔 노트도 펴놨다. 시작할 때만 해도 저장창 한 번 보면 끌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저장 화면이 뜰 때마다 이제 끄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음 구간 문이 열리는 장면이 너무 궁금했고, 장비 하나만 바꾸고 가자던 게 보스전까지 가고, 보스...

최최우진 2026-10-22 1 min read 88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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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다시 켜는 조건

지난 화요일 아침, 출근 셔틀에서 봄에 사 둔 데이터베이스 강의를 다시 열었습니다. 재생 목록의 네 번째 영상이었습니다. 처음 산 주에는 퇴근 뒤 두 편씩 봤습니다. 진도도 따로 적었습니다. 이미 아는 도입부가 생각보다 길었고, 어느 날부터 재생 목록을 닫아 뒀습니다. 이어서 볼 이유가 없었던 셈입니다. 월요일에 주니어 한 명이 느린 조회 쿼리를 같...

박박지훈 2026-10-22 2 min read 91 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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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기를 꺼내게 한 문제

지난주 화요일 4교시였어요. 칠판에 두 물건의 가격을 적었어요. 하나는 18,900원, 다른 하나는 17,500원이었고 할인율은 20%와 12%였어요. 처음에는 계산기를 가방에 넣으라고 했어요. 백분율도 소수 곱셈도 직접 해야 한다고 봤고, 자꾸 꺼내면 계산 연습이 무너질까 걱정됐어요. 그런데 5분쯤 지나니 교실이 묘해졌어요. 비교할 조건보다 소수점만 ...

김김민준 2026-10-22 2 min read 142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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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향

문을 열자마자 작업실에 걸어 둔 얇은 종이들이 평소와 반대쪽으로 들썩였어요. 바람 소리는 창틀 모서리에 얇게 걸려 있었고요. 사각사각. 종이끼리 비비는 소리. 다시 들어가 창문을 볼까 했는데 보리가 먼저 현관턱을 넘었어요 수요일 오전의 골목은 익숙한데 바람만 낯설었어요. 늘 바다 쪽에서 오던 바람이 오늘은 등 뒤에서 밀었거든요. 보리도 평소 가던 쪽으...

한한지우 2026-10-21 2 min read 88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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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치기 전 종이컵을 치웠다

“이거 누가 먼저 썼어요?” 지난주 목요일 2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물통 쪽에서 목소리가 커졌어요. 서너 명이 한꺼번에 손을 뻗다가 종이컵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고, 서로 자기 컵은 아니라고 했어요. 저는 일단 컵을 주워 버렸어요. 다음 수업 자료를 꺼내는데도 물을 마신 아이들이 좀처럼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제 앉자”를 두 번 말하고 나니 ...

이이서연 2026-10-21 2 min read 100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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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때는 못 묻는다

지난주 화요일 데이 근무였어요. 스테이션에서 세 번째 신규가 제 옆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니, 업무가 거의 끝나서야 “아까 이건 어떻게 해야 했어요?” 하고 물었어요. 이미 혼자 정한 방식으로 처리한 뒤였고요. 처음에는 제가 말투를 세게 했나 싶었어요. 모르는 건 바로 물어보라고 몇 번이나 말했죠. 그래도 제가 전화받거나 기록할 때면 옆에서 차트만 들고...

강강하은 2026-10-20 2 min read 95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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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자료보다 먼저 물어본 것

“화면 잘 보입니까?” 어제 월요일 오후, 남동공단 회사 회의실에서 빔프로젝터 리모컨부터 눌렀습니다. 거래처 관리 화면 사용법을 알려주려고 팀원 6명을 앉혀 놓은 참이었고, 온라인 교육 담당을 맡았으니 준비한 자료를 빠짐없이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순서대로 넘겼습니다. 질문은 거의 없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

윤윤도현 2026-10-20 2 min read 9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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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적는 칸

화요일 아침 아홉 시 조금 넘어서 집 책상에 교육학 노트를 폈다. 독서실에 가져갈 것만 챙기려 했는데, 목차를 보는 순간 오늘 읽을 범위보다 11월 시험장이 먼저 떠올랐다. 가방은 아직 비어 있었다. 형광펜이 바닥에 굴러가서 주우려다가 불안하면 그냥 써 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게 생각났다. 빈 종이를 한 장 뽑았다. 시험장에서 교육학 답안 첫 문장이...

최최우진 2026-10-20 2 min read 122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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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침묵

어제 월요일 오후, 한 학생의 초안을 강의실 화면에 띄우자 교실이 조용해졌습니다. 좋았던 문장부터 말해 보자고 넓게 물었지만 학생들은 화면과 공책을 번갈아 볼 뿐이었고, 발표자는 의자 안쪽으로 조금씩 몸을 접으며 제 얼굴을 살폈습니다. 기다린다고 생각하면서도 제 손은 자꾸 키보드 쪽으로 갔습니다. 첫 문단의 장면은 잘 보이는데 둘째 문단에서 설명이 길어진다...

정정수빈 2026-10-20 3 min read 90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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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창가에 앉힌 뒤

“내 색종이 망가졌어요.” 월요일 2교시 쉬는 시간, 한 아이가 구겨진 색종이를 들고 울었고, 옆에 있던 아이는 “제가 먼저 민 거 아니에요”라고 곧바로 말했고요. 둘 다 자기 억울함부터 꺼내서 창가 쪽 작은 책상 양끝에 따로 앉혔어요. 처음에는 누가 먼저 그랬는지 묻지 않았어요. 물을 한 모금씩 마시게 하고, 울음이 조금 잦아든 아이부터 “내가 본 일을...

이이서연 2026-10-19 2 min read 109 1 2
Column/Essay

체크리스트 칸을 바꿨다

지난주 목요일 이브닝, 저녁 7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어요. 내과 병동 스테이션에서 세 번째 신규가 같은 확인을 또 빼먹은 걸 봤는데, “이거 확인했어요?” 하니 체크리스트를 다시 내려다봤고요. 처음 두 번은 신규가 급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옆에 서서 업무 순서를 다시 말해주고, 끝나면 체크리스트부터 보라고 했죠. 솔직히 세 번째에도 빠지니 설명을 더 ...

강강하은 2026-10-19 2 min read 99 3 2
Column/Essay

발표 전에 줄인 것들

“열여덟 장인데, 너무 많나요.” 지난 금요일 오후 4시, 판교 사무실 작은 회의실에서 J님과 다음 주 사내 스터디 자료를 열어봤습니다. J님은 코드 리뷰에서는 설명을 잘합니다. 사람들 앞에 서면 머리가 하얘진다고 했습니다. 첫 장부터 배경과 용어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듣는 쪽에서는 아직 무슨 얘기인지 잡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지난 배포에서 실제로 생긴 오...

박박지훈 2026-10-19 2 min read 105 2 3
Column/Essay

셔틀을 기다리는 사람들

지난 목요일 저녁 6시 40분쯤, 판교역 출구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횡단보도 앞에 고였다가 건너고, 다시 셔틀 정류장 앞에 고였습니다. 노트북 가방과 편의점 봉투, 통화하는 목소리가 뒤섞였습니다. E님이 이 시간에는 다들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것 같은데 정류장에 오면 갑자기 갈라진다고 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랬습니다. 회사마다 줄의 간격도...

박박지훈 2026-10-18 1 min read 94 1 3
Column/Essay

물음표 하나

목요일 늦은 오후, 연구실에서 한 학생의 서평 첫 문장을 읽다가 빨간 펜으로 적은 말을 지웠습니다. ‘문장이 너무 단정적입니다.’ 늘 쓰던 지적이었는데, 그날은 그 말로 학생이 무엇을 고칠 수 있을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그 자리에 질문을 적었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정확하다고 판단했나요?’ 이 책은 현대인의 고독을 정확하게 ...

정정수빈 2026-10-17 2 min read 117 1 4
Column/Essay

바로 말하지 않게 된 것

“선생님, 저는 진짜 억울해요.” 점심을 먹고 2학년 교실에 올라오자 한 학생이 찾아왔어요. 쉬는 시간에 자리 때문에 친구와 말이 세게 오간 모양이었어요. 예전 같으면 누가 먼저 그랬는지부터 물었을 거예요. 빨리 가려야 다음 일이 안 생긴다고 생각했거든요. 오늘은 빈 의자에 잠깐 앉아 있으라고 했어요. 학생 물병을 가리키며 물부터 한 모금 마시게 했...

김김민준 2026-10-16 1 min read 123 0 0
Column/Essay

퇴사하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

“다음 달까지만 일하려고 합니다.” 어제 목요일 오후, 남동공단 회사의 작은 회의실에서 최 대리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두 손을 모은 채 한참 망설이더니 더 늦기 전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연봉이 문제인지, 맡은 업무가 힘든지부터 물었습니다. 질문이라기보다 ...

윤윤도현 2026-10-16 2 min read 100 2 2
Column/Essay

이직 공고를 닫는 이유

“이 조건은 코드만 봐서는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주 수요일 오후, 판교 사무실에서 배포를 앞두고 H님이 자리로 왔습니다. 오래된 결제 연동에서 특정 응답만 한 번 더 확인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코드만 보면 이상했습니다. 슬랙 검색창에 오류 문구를 넣고, 3년 전 장애 문서까지 열었습니다. 외부 결제사가 실패 응답을 늦게 뒤집었던 날이 있었고, ...

박박지훈 2026-10-15 2 min read 130 2 3
Column/Essay

기출 세 번째

지난주 화요일 밤, 학교 근처 독서실에서 한국사 기출을 세 번째 폈다. 옆자리 동기한테 몇 번 돌렸냐고 물었다. 바로 같은 질문이 돌아왔다. 세 번째인데 대답이 좀 늦었다. 세 번째인데 또 틀리는 번호가 보였다. 첫 회독은 답이랑 해설을 같이 넘겼고, 두 번째는 선지 옆에 왜 아닌지만 적었다. 많이 본 것 같은데 책을 덮으면 별로 안 남았다. 이번엔 하루 ...

최최우진 2026-10-14 1 min read 110 1 3
Column/Essay

학원 세 곳을 한 곳으로 줄이고 나서

지난달 토요일 저녁, 인천 집 식탁에 중2 아들의 학원 시간표를 다시 펼쳐 놓았습니다. 수학, 영어, 과학 칸이 평일 저녁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고, 그 옆에는 과목별 숙제가 적혀 있었습니다. 아들은 이동하고 숙제하느라 늘 늦었고, 주말에도 빠진 진도를 메우느라 쉬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원을 줄이면 성적부터 떨어질까 겁이 났습니다. 세 곳에...

윤윤도현 2026-10-14 2 min read 110 3 2
Column/Essay

검은 창의 물결

자정이 넘어서야 외주 스케치를 멈췄어요. 화면을 오래 본 눈이 따끔거려 태블릿을 뒤집어 두고, 작업실 창문을 손가락 두 마디쯤 열었어요. 낮보다 낮고 긴 파도 소리가 틈으로 들어왔어요. 검은 유리에는 책상과 내 얼굴만 희미하게 떠 있었고요. 바깥은 보이지 않는데 물결은 자꾸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아니 그냥 피곤해서 그렇게 들렸는지도... 발치의 보리는 귀...

한한지우 2026-10-14 1 min read 129 2 2
Column/Essay

휴대폰을 내려놓은 수학 시간

지난달 수요일 3교시였어요. 2학년 교실 칠판에 QR을 띄웠어요. 휴대폰을 꺼내라는 말에 교실이 금방 들떴어요. 화면은 빨랐고 모둠은 달랐어요 좌표를 움직이면 그래프가 바뀌는 사이트였어요. 모둠마다 기울기와 절편을 찾아보게 했어요. 처음 몇 분은 제법 잘 따라왔어요. 곧 속도가 갈리기 시작했어요. 로그인이 풀린 학생도 있었고, 배터리가 4퍼센트인 학생...

김김민준 2026-10-14 2 min read 117 3 2
Column/Essay

문방구 셔터에 붙은 종이

“그럼 여기 없어져요?” 화요일 오후, 하교 지도를 마치고 정문 앞을 지나는데 한 아이가 가게 한쪽 셔터를 가리켰어요. 문방구 앞에 모여 연필깎이와 지우개를 구경하던 아이들이 저보다 먼저 종이를 발견한 거예요. 흰 종이에는 이달 말까지만 영업한다는 문장이 검은 글씨로 적혀 있었어요. 저는 다음 달에도 문구점은 다른 곳에 있다고 대답했어요. 조금 걸어가면 ...

이이서연 2026-10-13 2 min read 110 0 0
Column/Essay

노래의 다음 소절

“아빠, 여기 서 있어.” 월요일 저녁, 밥을 먹고 난 뒤 딸은 거실 소파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알려준 도토리 노래라고 했습니다. 첫 소절은 도토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까지는 알아들었습니다. 중간부터는 단어들이 한 덩어리처럼 들렸습니다. 제가 박수를 반 박자 늦게 치자 딸이 손을 내렸습니다. “다시 해야 ...

박박지훈 2026-10-13 2 min read 125 4 2
Column/Essay

종이의 무게

화요일 이른 아침, 연구실 책상 한쪽에 놓아 둔 인쇄 과제를 두 팔로 안아 가운데로 옮기다가 종이 더미가 오른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손바닥으로 윗부분을 누르고 아래쪽을 다시 맞췄습니다. 한글날 연휴가 지난 뒤 제출된 세 분반 과제를 어제까지 출력해 둔 것인데, 화면에서는 파일 이름이 세로로 늘어서 있을 뿐이던 것이 종이가 되자 갑자기 부피와 무게를 가졌습니다...

정정수빈 2026-10-13 3 min read 112 1 2
Column/Essay

아침 일곱 시 지하철

아침 일곱 시쯤 병원역에서 지하철을 탔어요. 나이트 인계를 끝낸 사람들은 대체로 말이 없어요. 저도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 빈자리에 앉아 가방만 무릎에 올렸어요. 맞은편에는 교복 입은 학생이 서서 작은 단어장을 보고 있었어요. 눈이 감기면 고개가 한번 떨어지고, 다시 페이지를 폈어요. 손잡이를 잡은 손도 열차 움직임대로 계속 흔들렸고요. 요즘 중간고사 때인가...

강강하은 2026-10-12 2 min read 104 2 2
Column/Essay

멈춘 화면의 목소리

“설명은 알겠는데, 어디부터 고쳐야 할지 더 어려워졌어요.” 지난 금요일 밤, 애월 작업실에서 이 선생님의 답장을 다시 읽었어요. 선의 방향과 명암을 길게 적을수록 정확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고칠 순서까지 한꺼번에 흐려진 모양이었어요. 태블릿 화면을 켰어요. 인물 드로잉 위로 제 손이 움직이는 모습을 녹화했어요. 푸른 화면빛만 책상에 남고 식은 커피는 꽤 ...

한한지우 2026-10-12 2 min read 105 2 2
Column/Essay

마감 전의 점

지난 목요일 밤, 애월 집 작업실에 과제 창만 푸르게 떠 있었고, 미제출 이름 옆에 써 둔 개인 메시지를 한 줄씩 지웠어요. 3기 첫 주에는 마감 전날마다 이름을 확인했어요. 그림이 아니어도 괜찮고, 점 하나라도 올려 달라고 따로 보냈죠. 제출칸은 조금씩 찼어요. 그런데 윤 선생님이 급히 그린 빈 스케치를 올린 뒤 늦어서 미안하다는 답을 남겼는데, 제가 기...

한한지우 2026-10-11 2 min read 109 0 3
Column/Essay

학기 첫날 자리를 너무 멀리 뒀다

지난 3월 첫째 주 월요일 아침, 두 아이의 책상 사이를 교실 끝과 끝만큼 벌려 놓았어요. 둘이 붙어 있으면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한 아이는 창가에, 다른 아이는 복도 쪽에 앉혔지요. 조용한 첫 교시를 기대했는데 둘 다 자꾸 고개를 돌렸어요. 제가 이름을 부르면 얼른 칠판을 봤다가 잠시 뒤 다시 친구 자리를 확인했고요. 준비물을 꺼낼...

이이서연 2026-10-11 3 min read 106 2 1
Column/Essay

학원 상담에서 두 가지만 묻습니다

원장실 탁자 위에 수학 교재가 세 권 놓여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아내와 중2 아들의 학원 상담을 갔습니다. 예전 같으면 몇 쪽까지 나갔는지, 숙제는 많은지부터 확인했을 것입니다. 영업 일을 오래 해서인지 자꾸 진행표부터 보게 됩니다. 그렇게 상담하고 돌아오면 아들에게도 “진도는 따라가니”, “숙제는 다 했니”라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점점 짧아졌...

윤윤도현 2026-10-10 2 min read 139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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